인간관계는 반드시 줄어든다는 착각
일을 해 나가며 인생의 후반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어요. 옛 동료들은 각자의 길로 떠나고, 아이들은 독립하고, 은퇴가 다가오고, 한때는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던 우정도 손가락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하죠.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나이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마찰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하지만 관계 과학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인생의 큰 전환기를 지나면서도 풍요로운 사회생활을 이어 가는 비결은, 타고난 외향성으로 관계가 줄어드는 것을 버텨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관계를 적극적으로 다시 짜는 데 있다는 거예요.
28명의 성인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다시 설계했을까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에 실린 한 연구는 자원봉사 단체에 속한 재직자와 은퇴자 28명이 삶이 변해 가는 동안 행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관리했는지 살펴보았어요.
정서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답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영역이 고립 쪽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의식적으로 인간관계를 관리하고 있었어요. 관계가 변해 가는 것을 그저 지켜보지 않고, 유대의 질과 목적, 깊이를 의식적으로 조정했던 거예요.
“다중적 유대"의 힘
이 연구의 핵심 통찰 중 하나는 다중적 유대(multiplex ties)라는 개념에 있어요. 하나 이상의 기능적 역할이나 맥락에 걸쳐 이어지는 관계를 말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맺는 관계는 대부분 단일한(한 겹짜리) 관계예요. Slack에서만 대화하는 직장 동료, 복도에서 가볍게 인사만 하는 이웃, 트랙에서만 만나는 러닝 메이트처럼요. 이런 한 가지 목적의 관계도 쓸모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깨지기 쉬워요. 직장을 옮기거나 다니던 헬스장을 바꾸면 관계가 한순간에 끊어져 버리니까요.
반면 다중적 유대는 삶의 여러 영역을 이어 줘요. 예전 직장 동료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대이자 등산 친구가 되고, 함께 봉사하던 사람이 개인적인 창작 프로젝트의 협력자가 되는 식이죠. 하나의 관계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 은퇴나 이사 같은 삶의 전환기도 쉽게 견뎌 낼 수 있어요.
이 연구는 자원봉사 단체에 속한 28명이라는 소규모 질적 표본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 질적 깊이 덕분에 바쁜 우리 삶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줘요.
오늘부터 관계에 겹을 더하는 방법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대비하려고 수십 번의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이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점검해 보세요.
- 한 가지 맥락에서만 만나는 관계를 찾아보세요: 고마운 사람이지만 직장, 운동, 육아처럼 좁은 한 가지 맥락에서만 교류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 두 번째 영역을 더해 보세요: 원래의 틀을 벗어난 대화나 활동에 그 사람을 초대해 보세요.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을 구하거나, 사무실 밖에서 가볍게 커피 한잔하자고 청해 보는 거예요.
한 겹짜리 관계를 여러 겹의 관계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오래 이어질 인연에 투자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단단한 방법이에요.